지난해 파리모터쇼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프랑스의 자생적인 전기차 생태계다. 많은 소형 전기차 업체들이 자신들이 만든 전기차를 자랑하고 있었다. 신생 전기차 업체는 곧 상용화할 새로운 콘셉트카를 선보이면서 투자자를 찾고 있었다.

파리모터쇼의 모습은 파리 시내의 교통 상황과 정확히 겹친다. 친환경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도심 내의 저속 주행과 소형 차량 위주의 시장 재편을 유도했다. 여기에는 친환경적인 저속 전기차가 도심을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이외에도 최대 속도 45km/h 이하의 소형 전기차에 대해서는 면허 없이 운전할 수 있도록 하고 다수의 충전소를 설치하며 전기차 공유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의 소형차와 전기차를 위한 환경 조성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프랑스에서는 판매 차량의 80% 이상이 소형 차량이다. 2014년 전기차 판매도 1만5천대에 달하는 등 친환경을 위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푸조, 시트로엥과 르노는 당장의 수익성에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리터카 등 친환경 고연비 기술에서 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다.





◆파리의 정책과 대비되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심각한 미세 먼지 농도 

파리시는 지난 3월23일 심각한 대기 오염을 이유로 차량 2부제를 일시 시행하는 등 환경 보호를 위한 정책을 계속 하고 있다. 파리의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는 38㎍/㎥이고 파리시의 경고 수준은 50㎍/㎥이다.

서울의 연평균 미세 농도인 46㎍/㎥가 파리가 심각하다고 여기는 경고 수준인 50㎍/㎥에 맞먹는 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미세 먼지 경고를 알려주는 수치는 미세 먼지 안전 기준인 80㎍/㎥이고 대기오염이 심각한 베이징의 연평균 농도는 121㎍/㎥이다.

서울시의 연평균 미세 먼지 농도는 41, 44, 46㎍/㎥(2012-2014)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22일 서울시 미세먼지 농도는 약 150㎍/㎥ 정도를 기록했다. 황사가 심했던 2월 평균치는 83㎍/㎥ 이고, 심한 황사에는 종종 1000㎍/㎥ 을 넘는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베이징의 자전거가 자동차로 바뀌면 서울이 미세먼지에 뒤덮이게 된다는 말이 현실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친환경 자동차 정책 강화가 시급히 요구된다. 

◆장기적인 프랑스 전기차 정책과 단기적인 중국과 우리나라의 정책 비교

그동안의 프랑스의 정책과 중국, 우리나라의 정책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전기차가 커나가기 위한 표준화와 기반 조성에 투자한 장기적인 정책과 전기차 업체와 구매자에게 자금을 지원한 단기적인 정책으로 비교해 볼 수 있다.

자라나는 새싹에 물을 주고, 커나갈 환경을 조성해 준 프랑스 정책에 비해서 자라나는 새싹에 기름을 잔뜩 부어준 중국과 우리나라의 정책이 대비된다. 우리나라로서는 자금을 지원 받은 전기차 업체들이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하다가 사라져 버린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게다가 정책 실패를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다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중국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투자는 이미 사라졌다는 점이 아쉽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전기차의 방향성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인프라와 전기차에 대한 종합적인 투자와 정책이 시급히 필요하다.

◆소형차 비중이 작은 2015 상하이 모터쇼와 2015 서울 모터쇼

상하이 모터쇼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1/3을 차지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을 상징한다. 하지만 소형차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점이 유럽의 모터쇼와는 다른 점이다.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국제 가전 전시회(IFA)에서 독일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래 이동성을 고려해야 하는 아시아 국가들이 오히려 정책적인 고려가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주로 유럽 업체들이 고민해 온 미래 이동성에서는 60%의 인구가 대도시에 집중되고 핵가족화로 1인 탑승차가 많아지며 환경 오염이 심해지는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한다. 도시 내에서는 소형차와 전기차 중심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도시와 도시는 중대형 차량과 기존의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 차량으로 연결하는 개념이 도출된다.

전기차 인프라에 대한 고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통한 도시간 이동성 고려, 소형차량 강화 및 카쉐어링 서비스 강화 등이 미래 이동성에 대한 고려에서 나온 대표적인 정책들로 볼 수 있다.

대도시에 이미 인구가 집중되고, 환경 오염 수준이 심각한 우리나라와 중국으로서는 환경-인프라-교통-자동차 등 종합적인 미래 이동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계속되는 중국의 전기차 투자

1단계 중국의 전기차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미래 이동성에 대한 고려에서 출발하지 않고 전기차 자체에 대한 투자만을 제공한 점이 큰 이유가 된다.

중국의 전기차 정책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는 충전소 인프라 제공 실패, 도심 내 사용성 제공 실패, 소비자가 원하는 모델 공급 실패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유럽의 전기차 업체들이 충전소 주위의 도심 내 사용성에 집중한 반면, 중국은 충전소 제공 미비 등 도심 내 사용성을 제공하지 못했다.

소비자의 입장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점도 지적된다. 성장하는 중국 중산층이 부의 상징으로 자동차를 구입하는데 마땅한 전기차 모델을 제공하지 못했다.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서 BMW, 폭스바겐, 테슬라 등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전시하고 있는 고급 전기차와 PHEV 모델들은 향후 소비자의 요구에 충분히 부응해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와 우리나라의 전기차 정책 성공 여부가 유럽 업체들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기대게 되는 점도 흥미롭다.

2단계 중국 전기차 정책은 충전 인프라 확대를 중심으로 세금 감면 및 보조금 연장, 공공 기관 친환경차 구매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고급 전기차를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에는 상하이모터쇼에도 전시된 BMW i3, i8, 테슬라의 모델 S, P85D 등의 고급 전기차 및 PHEV 모델이 대응한다. 또한 시장 점유율 1위인 폭스바겐을 비롯해서 여러 회사들의 연구 센터가 중국에 진출해 본격적인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장을 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애플의 전기차 개발 소식도 중국 전기차 시장에 큰 힘을 불어 넣고 있다고 한다.

2014년 중국의 전기차와 PHEV 판매량은 약 7만 5천대 정도로 지금까지의 투자에 비하면 매우 작은 수치다. 2020년 목표인 500만대 달성이 가능할 지 주목된다.
우리나라 업체들도 현대기아차, 쌍용차 등이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면서 대응을 계속하고 있고 친환경 차량인 수소 연료 전지 차량도 츨시되고 있다. 배터리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LG 화학과 삼성 SDI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동부 도시의 미세 먼지가 황사를 타고 우리나라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중국 친환경차 정책의 종합적인 성공을 바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래 이동성을 고려한 친환경차 정책과 투자가 필요

2015 서울 모터쇼에서 만난 파워프라자사의 예쁘자나 R은 아직 우리나라에도 자생적인 전기차 생태계 조성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이러한 노력들이 설익은 전기차 정책으로 사라졌던 우리나라의 전기차 생태계를 살려나가는 계기가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

전기차와 관련된 국제 표준의 방향성이 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인프라-교통-차량과 국제 표준-기술현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과 업체, 관련 부처간 협력이 시급히 필요하다.

꾸준한 환경 조성으로 자생적인 생태계와 업체 경쟁력을 갖추어온 프랑스와 정책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는 중국에서부터 정책과 투자의 방향을 잡아갈 필요가 있다.



5월3일부터는 제28차 세계전기자동차학술대회 및 전시회'(EVS28)가 한국 자동차공학회의 주관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4월25일 서울의 미세 먼지 농도는 67㎍/㎥을 기록하고 있다. 파리의 경고 수준인 50㎍/㎥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모쪼록 지자체-관련부처-업계의 유기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친환경 정책이 만들어 지고 관련 시장의 성장과 환경 개선이 동반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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